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틈..
    念-일상을 끄적거림 2007. 4. 26. 19:0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던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상황이 그랬을 뿐이었다..
    시간이 없었고..몸이 힘들었으며..마음이 불편했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삶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그 순간에..
    힘들다고 엉엉 울며 어리광을 피우고..
    곧 괜찮아질거라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주변에 있던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줄거라는 기대감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동굴 속에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으로 돌아왔고
    한없이 외로웠고 두려웠었다..
    (지금에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어쩌면...내밀어진 손을..내가 보지 못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힘들었던 현실과 지독한 외로움이 뒤엉켜 상처로 남았다..

    치유받지 못해 곪아버린 상처는..
    건드리지 않고 묻어두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더 이상 상처받는 것이 싫어 기대를 버렸고..  
    손을 내밀어주기를 원했던 그들을 지웠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정의되어지는 성당 교사회 활동은
    내겐 단지 의무감으로 시작된 일이었고, 이미 지워져버린 십자가였으며..
    시작과 동시에 끝이 보이는 일이었다..

    단단한 껍질 속에 나를 가두고..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기만 하던 내 앞에..
    그들이 나타났다..

    처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억센 말투로 내뱉는 반말들..
    왠지 모를 이질감..
    그들과의 첫만남은 몹시도 불쾌했던걸로 기억한다..

    난..
    무심한 표정..
    단답형의 짤막한 대답..
    불편함이 역력히 묻어나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매번 자리에서 금방 일어섰다...

    그럼에도 그는 내 반응따위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언제나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고..
    따뜻한 눈빛으로 내가 가진 슬픔을 알아보았다..
    별 뜻없이 뱉은 말한마디가 나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 걸 알고는
    내가 아파했던 것 보다 더 아파하는 것 같았다..

    현란한 제스츄어로..
    단 한시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떠들어대던 그는..
    단단한 껍질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무표정한 나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주었고..
    웃는 법을 일깨워 줬으며..
    또..
    내가 입을 열기까지 기다려주었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내 주변을 맴돌며..
    상처받은 날 신경 써주던 그들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알 것 같다..

    상처받는 것이 무서워 꼭꼭 숨어버리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며..
    내가 한 걸음 다가서면..
    상대는 두 걸음 다가온다는 것을..




    *만약...
     그 때도..내가..
     한 걸음 다가섰었더라면...
     그들을 지우지 않아도 되었을까....?

Designed by Tistory.